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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테레즈라켕 - 에밀졸라

by bjoskeap 2009. 1. 4.

이 책의 시작에는 저자의 서문이 꽤 길게 첨부되어있다.
초판 발행후 타락한문학으로 치부된 자신의 이 소설에 대해 항변하고자 했다.

서문에서 에밀졸라는 자신은 해부학자와 같은 과학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기질에 대해 연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 인간의 영혼을 완전히 배재한 두 주인공을 등장시켰다고 했다.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 이라고 말한다.
즉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로서만 등장된 것이었다.

인간의 기질에 대해 해부해 보고자 한 목표를
작가는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체의 해부도면을 보면서, 그리고 내 장기들을 만져가면서,
이것이 심장이구나, 이것이 위, 대장 이구나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고 내가 느껴본 감정들이 스쳐가면서,
나에게도 존재하는 인간의 기질이라는 것의 위치들을 확인해갔다.

인체의 해부도면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된 호기심 충족의 재미는 있었겠지만,
다분히 과학적,지식적 이다.

많이 슬펐다.
인간의 육체적 나약함과 같이, 인간의 기질도 나약함을 보게 되면서.
작가가 지독하다고 느꼈다.
작가는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주인공들을 실험실의 동물들 대하듯
하나하나 귀납적 실험을 전개해갔다.
징그러웠다. 내장이 까발려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듯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약간의 메스꺼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즘부터, 나는 역설적으로 이 책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 작가가 완전히 배격하려 했다던 인간의 '영혼'이 그리워 졌다.
영혼을 가진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졌다.
나약한 인간을 위대하게 하고,
인간을 동물이 아닌 사람답게 하는,
'인간성, 영혼' 의 존재와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

작가는 하지만 끝까지 인간성의 한 자락도 주인공들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동물같은 자신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게된 마지막 순간에,
약간의 인간성이 생기려는 주인공들에게 남은 것이 죽음이었다.
그나마 인간적이었던 라켕부인 마저 책의 종반부에는 외곡된 인간성만이 남아있었다.


대다수의 동물들의 눈은 인간처럼 다양한 색을 보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 책은 마치 세상을 그런 동물들의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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