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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잃어버린 10년 안끝났다.

by bjoskeap 2008. 3. 1.
日 잃어버린 10년 안끝났다
세계2위 경제대국 일본 개혁 리스크를 두려워한다
◆오늘 3ㆍ1절…다시보는 일본◆






젊은 시절 일본은 날렵한 닌자(忍者)였다. 적진에 뛰어든 일본 기업들은 극단적인 위험을 무릅썼다. 소리 없이 다가와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일본 기업들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늙었다. 백발이 성성한 닌자는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 안전한 곳만 찾고 진검 승부를 두려워하게 됐다.

일본의 변신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늙어가는 사회는 변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개혁의 역풍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한국은 이런 일본을 보면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고이즈미식 개혁은 제동이 걸렸고 현 정권에 대한 노여움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자민당의 미세 수정으로는 안 되고 정권 교체로 변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입니다."(호시 히로시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재정 개혁과 규제 완화를 더 했어야 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새로운 정책을 하나도 못 내놓고 있습니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리를 하는 것 아니라는 그의 말에 투자자들은 엄청나게 실망했을 것입니다."(다테이시 노부오 오므론 상담역)

일본 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이렇게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5년 반 동안 밀어붙인 개혁으로 삶이 힘들어진 이들이나 개혁이 미진하다고 느끼는 이들이나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

고이즈미의 개혁은 대담했다. 자민당 파벌과 관료 주도 지배구조를 깨려는 시도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고이즈미는 우정사업 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의회를 해산하는 승부수로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개혁은 역풍을 불렀다. 무엇보다 재정을 살리려 공공사업을 줄임에 따라 도시와 지방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건설업체와 농민을 비롯한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약화됐다. 고이즈미 뒤를 이은 아베 총리가 양극화를 시정하려 했지만 작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고 물러났다. 현 후쿠다 총리는 참의원과 중의원의 여야 비틀림 때문에 개혁은커녕 정부 예산이나 중앙은행 총재 선임과 같은 현안 처리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이즈미 개혁으로 지방 경제가 피폐해졌고 이 때문에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은 개혁을 계속할지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양극화 문제를 파고들었다. 재정 개혁과 규제 완화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고이즈미 개혁은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위장 개혁이었다"며 "자민당과 관료가 결탁해 서로 단물을 빼먹는 폐단이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경제는 거품이 꺼진 후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고이즈미 개혁은 이런 정체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 경제가 정체되면 개혁의 고통이 커지고 이 때문에 개혁에 차질이 빚어지면 다시 정체가 장기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정치권은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설득의 리더십과 신뢰를 잃었다. 개혁은 추진력을 잃고 있다. 국가 경영 전략과 리더십 부재로 일본 경제는 최강 기술력을 갖고서도 움츠리고만 있다.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1990년대 정점을 밑돌고 있다. 일본 경제의 정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90년대 말 이후 명목임금 상승률은 거의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급여가 늘지 않으니 소비도 늘지 못한다. 희망도 키우기 어렵다. 오므론의 다테이시 상담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의 비중은 이제 10%에도 못미치고 1인당 소득수준에서 일본은 세계 18위로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기본적인 발전 전략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개인 금융자산이 1500조엔에 이르고 외국 채권이 2조원을 넘는 부자나라이면서도 금융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데라시마 지쓰로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장은 "12년 동안 계속된 초저금리 때문에 전후 축적된 금융자산이 대거 국외로 빠져나갔다"며 "그 돈을 일본 산업을 키우는 데 쓰지 못한 것은 일본이 얼마나 전략이 부족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케노 마리오 금융청 심의관도 일본 금융의 낙후성을 인정했다. 그는 "가계 금융자산 중 절반이 은행 예금일 정도로 투자할 곳이 부족하고 외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은 그동안 제조업에 봉사하는 산업이었으나 이제 독립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고령화도 일본 사회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굳어지게 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아토 마코토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처럼 고령자를 공경하는 문화에서는 이들을 위한 시책만 계속 나온다"며 "고령자의 정치적 파워가 세지면서 이들의 기득권을 빼앗는 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이 얻을 교훈은

=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개혁의 진통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험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변화와 개혁의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감한 개혁을 밀고 나가지 못하는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다.

둘째, 늙어가는 사회는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서서히 쇠퇴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 사회가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셋째, 금융이 뒤떨어지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도 빛을 잃는다는 점이다. 제조 기술만 키우고 금융 기술을 갈고 닦지 않으면 땀흘려 번 돈을 남 좋은 일에 쓰게 된다.

넷째, 수익률과 생산성을 무시하고 무작정 투자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거나 체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지나치게 오래 초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수익률이 낮은 투자까지 부추겼다. 특히 쓸모 없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공공부문에 대한 과잉 투자가 문제다.

다섯째, 미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일본 기업들은 10년, 30년 앞을 내다보고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데라시마 미쓰이물산 소장은 한국도 미래 전략산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오연료ㆍ로봇ㆍ항공기… 日기업 미래 투자는 활발

=일본 경제가 오랫동안 움츠리고 있다고 해서 일본 기업들까지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일본 기업들은 다시 날렵한 `닌자`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제조업체들은 정치권에 변화 바람이 불고 금융시장이 선진화하면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신일본석유의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은 놀라운 수준이다. 마쓰무라 이쿠토시 상무는 "에너지 효율이 80%에 이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30% 줄일 수 있는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을 2015년까지 일반 가전제품 수준인 50만엔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황무지에서 비료 없이도 한 해 10m씩 자라는 에너지 작물을 개발해 2015년까지 ℓ당 40엔(약 350원) 이하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혼다의 연료전지차 개발은 30년 앞을 내다보는 프로젝트다.

이토 다카노부 전무는 "수소 공급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자동차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연료전지차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NEC는 제품 라이프 사이클과 전 생산 공정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데스크톱 PC는 옛 모델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64% 줄였다. 사사키 겐 회장은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길"이라며 "환경 투자 때문에 이익이 줄었다는 변명은 용납되지 않으며 두 가지 다 할 수 있어야 프로"라고 말했다.

시세이도는 여성 인재 활용을 위한 행동계획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이와타 기미에 상무는 "노동력이 부족한 사회에서 육아 때문에 여성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자동차에 이어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중형 항공기는 ITㆍ바이오를 비롯한 모든 기술이 결집되는 플랫폼형 산업이다. 데라시마 소장은 아시아 역내 도시 간 교통이 급증하면서 100~150명을 태우는 중형 항공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제어 기술이 뛰어난 일본은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복지, 재활, 현장 인력 대신 쓸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산업용 로봇 가운데 40%는 일본에 있다.

[도쿄 = 장경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