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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대개혁 파워 플랜 // 한경비지니스 2008년 2월 11일

by bjoskeap 2008. 3. 26.

연세대 대개혁 파워 플랜  // 한경비지니스 2008년 2월 11일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에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사학의 명문’ 연세대가 그 진원지다.연세대는 최근 수 년 동안의 부진을 털고 재도약을 위한 야심찬 플랜에 시동을 걸었다.여의도 절반 넓이의 인천 송도국제화복합단지에 들어서는 송도캠퍼스가 2010년 3월 문을 연다.호텔급 시설을 갖춘 20층 규모의 세브란스 새 병원도 위용을 드러냈다.앞으로 4년 동안 1조20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유치해 우수 교수 확보와 시설 확충에 쏟아 붓는다.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으로 설립된 연세대가 여기에 더해 ‘최초이자 최고의 대학’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그 변화의 현장을 살펴본다.

지난 1월 18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감돌았다. 이날 연세대 재단이사회는 김한중 의대 교수를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11월 정창영 전임 총장이 부인의 편입학 청탁 관련 금품 수수 의혹으로 사임한 이후 3개월 남짓 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맞은 것이다. 그사이 연세대는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빗발치는 여론에 속수무책이었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연세대의 개혁 청사진을 내놓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김 신임 총장은 “과감한 개혁으로 연세대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세대는 과거에 비해 침체에 빠졌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경쟁 대학인 고려대에 견줘 연세대의 부진을 우려하는 동문들의 매서운 질타가 쏟아졌다. 고려대는 서울시장을 연이어 2명 배출한데 이어 지난 대선에서 경영학과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회적 지도력을 확대해 나갔다. 이 당선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문 행사에 참석하면서 모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리더십의 위기를 겪은 연세대와 달리 고려대는 내부 개혁으로 학교 살림을 튼튼하게 한 김정배 전 총장과 타고난 세일즈맨 기질로 글로벌화를 추진한 어윤대 전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캠퍼스 재창조 프로젝트 ‘가동’

김 신임 총장은 “고려대의 약진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배울 건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은 최근 연세대가 침체에 빠졌다는 지적은 다소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외부에는 고려대가 상대적으로 부각됐지만 ‘내실’에서는 오히려 연세대가 앞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 ‘더 타임즈’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 연세대가 236위에 오른 반면 고려대는 243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고대 150위, 연대 484위’라는 2006년 조사 결과만 기억하고 있다. 교수 연구 업적이나 연구비 규모에서도 연세대가 고려대를 앞지르고 있다. 그동안 대외 홍보와 마케팅에 소홀했다는 자체 평가에 따라 김 신임 총장은 벌써부터 직접 발로 뛰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학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김 신임 총장은 스스로 “기가 센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신이 뚜렷하고 강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연세대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신임 총장은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려면 튼튼한 재정이 기본인 만큼 임기 4년 동안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고 기금 규모도 현재의 2배 정도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교회 기부금 유치를 확대하고 실적을 올린 교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우수 교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학교의 모든 행정을 우수 교원 영입과 지원에 맞추게 된다. 연구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연봉 외에 연간 3000만 원씩 지원하는 ‘언더우드 교수’도 현재 4명에서 2012년까지 4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신임총장은 “행정 개혁을 위해 조만간 외부 기관에 직무 분석을 의뢰해 직원들이 현장과 밀착되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궁극적으로 학과, 학부 단위의 분권이 이뤄지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하 공간 개발 등 캠퍼스의 매력을 되살리는 ‘캠퍼스 재창조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이 계획의 정점에는 2월 중 착공 예정인 송도캠퍼스가 놓여 있다. 2010년 3월 문을 열게 된 송도 캠퍼스로 일부 기관을 이전하면 신촌캠퍼스에서도 보다 쾌적한 교육 연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송도캠퍼스가 들어설 인천 송도국제화복합단지는 142만4494㎡ 터에 만들어진다. 인천시 등이 주상복합시설과 아파트 등의 분양 수익으로 학교를 지어 연세대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이 단지에는 3000여 명의 한국 학생과 1000여 명의 외국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하는 캠퍼스 구역과 해외 명문대 분교가 입주한 조인트 대학 캠퍼스 구역, 유명 기업 연구소, 연구 기관이 입주할 연구개발 구역, 연세어학당과 각종 체육시설 구역 등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송도캠퍼스는 연세대가 추진하는 인바운드 국제화 전략의 완성판에 해당한다.

또한 송도캠퍼스는 신촌캠퍼스에서 50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 외에도, 연세대 설립자인 알렌과 언더우드 선교사가 19세기 말 조선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인천이라는 남다른 역사성도 갖고 있다. 연세대는 신촌캠퍼스 재학생들을 6개월에서 1년간 송도 글로벌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하는 ‘연세 송도 글로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국제적 규모의 ‘학점 시장’ 개념을 도입한 인터내셔널 서머스쿨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이곳에 개설된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학교 측은 2010년 3월 송도캠퍼스 개교가 연세대의 위상이 수직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신임 총장도 “송도캠퍼스의 성공에 ‘다걸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지상 20층에 1000여 병상을 갖춘 최첨단 병원으로 다시 태어난 세브란스 병원도 연세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세브란스 새 병원은 단일 의료 기관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환자 중심의 진료 공간과 편의 시설을 갖춰 개원이후 국내외 많은 의료 관계자들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총 건축비의 20%가 넘는 570억 원가량이 6000여 명의 기부자의 정성으로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대학’을 향한 연세대의 조용한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취재=장승규·변형주·우종국·이홍표 기자 / 김희연 객원기자

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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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캠퍼스가 잘 되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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